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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독주로 국내 OTT지장에 큰 파란을 일으켰는데 그런 넷플릭스를 막기 위해 국내 OTT업계의 두 회사가 일을 저질렀습니다. 지난 6일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계획을 알렸습니다. 티빙의 최대 주주 CJ ENM과 웨이브 SK스퀘어가 합병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토종 OTT 중 1, 2위를 다투는 둘이 손을 잡아 덩치를 키우면 OTT 업계를 흔들 수도 있습니다. 외제보단 국산을 응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같이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각박해진 OTT 시장
요즘 국내 OTT 업계 전반이 힘들었습니다. 압도적 1위인 넷플릭스를 빼면 전부 적자를 면치 못합니다. 사실 OTT 인기가 떨어진 건 아닙니다. 사용 시간은 지상파와 케이블을 누르면서 파죽지세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용자 수. 구독할 사용자는 이미 다 구독하고 있어서, 더 이상 늘지 않는 상황. 넷플릭스 포함한 OTT 대부분이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한정된 사용자 수라는 파이를 나눠 먹으려는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경쟁사에서 사용자를 뺏어 오려면 흥행할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뿐. 살아남으려면 콘텐츠 제작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투자하는 비용만큼 수익은 나지 않으니 출혈 경쟁이 이어졌고 수익이 잘 나지 않으니 출혈경쟁이 이어졌으며 여러 OTT가 구독료를 올리고, 광고 요금제를 검토하며 광고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2. 티빙과 웨이브. 살아남으려면..
특히 티빙과 웨이브는 속이 더 탈 만한 상황입니다. 1위 넷플릭스를 따라잡는 것은 요원한데, 아래서는 쿠팡플레이가 치고 올라옵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8월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 기준으로 티빙과 웨이브를 제쳤습니다.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최신 영화를 독점 공개하고, 스포츠 경기를 독점 중계한 덕입니다. 아직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티빙과 웨이브가 우위지만, 한참 밑이던 쿠팡플레이에 MAU를 따라 잡혀 위기감을 크게 느끼게 됐습니다.
이대로면 넷플릭스 뒷자리도 위험한 상황. 티빙과 웨이브는 지금까지 소문만 돌던 합병 계획에 적극적으로 발을 담갔습니다. 일단 양사가 손을 잡으면 MAU를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티빙과 웨이브의 중복 이용자를 크게 잡는 보수적 추정치로도 최소한 쿠팡플레이는 넘을 수 있고,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에 근접할 수준까지 MAU가 높아지겠다고 추측했습니다. 단지 당장의 이용자 수만 기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1+1이 2가 되기보다는 3이 되는 시너지를 바라고 OTT는 덩치를 클수록 경쟁력이 크게 높아집니다. 일명 규모의 경제입니다. 양사 통합으로 절감한 마케팅 비용 등을 제작에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 수를 늘리고 품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시장 2위 MAU를 매력 포인트 삼아 콘텐츠 제작사와 유리하게 협상할 수도 있습니다.
3. 의심스러운 눈초리도...
티빙과 웨이브 앞에 꽃길만 열린 것은 아닙니다. 양사 합병으로 1등 토종 OTT로 올라섰고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던지려면,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1) 정말 합병할 수 있을까?
사실 합병부터가 큰일입니다. 아직은 양해각서를 체결한 단계고, 곧 세부 내용을 논의해 내년 초에 본계약을 체결할 텐데 허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합병 시 기존 주주의 지분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협상하는 것부터 골치 아프고, 어찌어찌 협상을 마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 적자 회사끼리 합병
합병 이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지도 미지수입니다. 이미 두 회사 실적은 암담합니다. 양사 모두 영업손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지난해엔 1,000억 원을 넘는 손실을 봤습니다. 이미 재무적인 부담이 커 합병 이후 도약할 여력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오늘의 돋보기 요약 >
① 티빙과 웨이브, OTT 시장 정체와 쿠팡플레이 약진에 위기감 느껴 합병 시도
② 규모가 커지는 만큼 킬러 콘텐츠 제작과 구독자 증가 가능성도 있지만
③ 합병 절차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어
이번 합병은 OTT 시장이 재편되는 긴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티빙이 KT스튜디오지니의 OTT 시즌을 흡수한 데 이어, 티빙과 웨이브가 합쳐지는 겁니다. OTT 시장이 커지며 여러 경쟁자가 난립한 시기를 지나, 이젠 몇몇 주요 플레이어의 경잰 구도가 정리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