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상자, 검은돈의 대명사

1990년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비리를 저지르는 단체들이 있습니다. 그럼 비자금을 위한 일명 검은돈이 왔다 갔다 하는데 보면 꼭 사과상자에 담아 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사과상자일까? 상자들은 많은데 말입니다. 혹시 사과상자 한 박스에 딱 떨어지는 금액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같이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출처 : 카카오페이 >

 

 

QUIZ. 20kg 사과 상자를 5만 원권으로 채우면 얼마나 들어갈까?
① 1억 이상 ~ 5억 미만
② 5억 이상 ~ 10억 미만
③ 10억 이상

 

 

1. 왜 하필 사과 상자일까?

이야기는 바야흐로 1990년대 초반, 금융실명제 도입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금융실명제 : 1993년 감영삼 정부 때 시행한 법으로, 금융거래를 실명으로만 가능하게 한 제도입니다.

1960년대는 산업화로 저축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시기였는데 당시에는 예금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 차명이나 익명 거래를 허용했지만 비자금, 검은돈, 탈세 등 많은 문제를 낳아 결국 대통령의 긴급 명령을 통해 실명제로 전환하게 됩니다.

 

 

이렇게 금융 거래에 반드시 실명이 필요해지면서, 더 이상 검은돈을 계좌로 주고받을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추적을 피하기 좋은 현금이 새로운 전달 수단으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1996년,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돈다발이 가득 담긴 상자 수십 개가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뉴스에서 검찰이 압수한 뇌물 상자 사진을 공개했는데, 겉에 사과가 크지막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사과 상자 = 비자금이라는 공식이 새겨졌습니다. 게다가 2002년에는 한나라당 선거캠프가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50억 원을 받은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있었는데 이때도 트럭 안에 돈이 담긴 사과 상자를 전달했다가 적발되었습니다.

 

 

 

2. 5만 원권이 발행되자 비타민 음료 상자로

이후 사과 상자는 뇌물 운반 수단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떠들썩한 여러 사건을 거치며 사과 상자의 인지도가 높아졌고, 결국 뇌물 전달 수단으로써는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온갖 기상천외한 수단으로 뇌물을 전달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적은 액수는 와인 상자나 케이크 상자에, 큰 액수는 골프 가방 등에 담아서 전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고등어 상자, 굴비 상자 등이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09년, 5만 원권이 도입된 이후 돈의 부피가 줄면서 사과 상자는 비타민 음료 상자로 대체되고 CCTV난 블랙박스의 대중화도 이에 한몫했는데 사과 상자는 부피가 커서 걸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3. 중국은 월병, 일본은 귤 상자

우리나라에 사과 상자와 비타민 음료 상자가 있다면 중국에는 월병, 일본에는 귤 상자가 있습니다.
중국은 명절인 중추절에 전통 과자인 월병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는데 이를 이용해 뇌물을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은 월병 상자에 돈을 넣는 게 아니라 월병 안에 들어가는 팥 대신 돈이나 귀중품을 넣어서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신세계에서도 월병 속에 돈뭉치를 넣어 전달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중국은 더 나아가 아예 황금으로 만든 월병을 주고받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최근엔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되면서 사이버 월병이라 불리는 고액 상품권이 나타난 것입니다. 일본은 뇌물 전달 수단으로 귤 상자가 유명합니다. 이외에도 양갱 상자, 케이크 상자 등 주로 달콤한 디저트 종류에 뇌물을 숨겨서 운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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